달콤한 착각 — 무설탕 음료가 혈당에 주는 뜻밖의 영향
프롤로그: 제로 콜라 한 캔의 유혹
회사원 A씨(39)의 냉장고에는 각종 '제로' 음료들이 적잖이 자리 잡고 있다. 지난해 건강검진에서 당뇨 고위험군이라는 경고를 받은 뒤부터 설탕이 들어가지 않은 음료를 찾기 시작했다. 이런 상황은 요즘 매우 흔합니다. 건강을 생각해 '제로', '무설탕', '슈가프리' 라벨이 붙은 음료를 선택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죠.
하지만 정말로 무설탕 음료는 우리가 생각하는 만큼 안전할까요? 혈당에 전혀 영향을 주지 않을까요? 답은 생각보다 복잡합니다.
무설탕의 정체: 대체 감미료의 세계
무설탕 음료, 제로 초콜릿 등 '저당'을 강조한 식품이 출시되고 있다. 저당 제품에는 설탕 대신 대체당이 주로 쓰인다. 아스파탐, 스테비아, 알룰로스 등 대체당이 들어간다.
무설탕 제품의 달콤함은 마법이 아닙니다. 설탕 대신 다양한 인공감미료나 대체 감미료가 들어가죠. 주요 종류를 살펴보면:
인공감미료 (비영양 감미료)
- 아스파탐: 설탕의 200배 단맛
- 사카린: 설탕의 300-500배 단맛
- 수크랄로스: 설탕의 600배 단맛
- 아세설팜칼륨: 설탕의 200배 단맛
- 스테비아: 천연 유래 감미료
당알코올류
- 말티톨: 설탕의 90% 단맛
- 소비톨: 설탕의 60% 단맛
- 에리스리톨: 설탕의 70% 단맛
첫 번째 진실: 완전한 제로는 없다
말티톨의 함정
설탕을 뺀 '제로' 식품 열풍이 불고 있는 가운데 설탕을 뺐다는 롯데제과 '제로' 과자는 당뇨 환자가 잘못 먹었다간 혈당을 크게 높일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놀랍게도 일부 '무설탕' 제품은 실제로 혈당을 올릴 수 있습니다. 특히 말티톨 같은 당알코올은 설탕보다는 적지만 여전히 혈당에 영향을 줍니다. 말티톨의 혈당지수(GI)는 약 35로, 설탕(GI 100)보다는 낮지만 무시할 수 없는 수준입니다.
연구로 본 현실
롯데중앙연구소와 경희대 박유경 교수 연구팀은 최근 '무설탕 젤리가 비당뇨 성인의 당 대사 및 건강 유용성에 미치는 영향 연구', '무설탕 쿠키 섭취 후 정상 혈당 성인의 당대사와 건강 유용성 연구를 진행했습니다. 결과는? 무설탕 제품이 설탕 함유 제품보다는 혈당 상승이 낮긴 했지만, 완전히 없지는 않았습니다.
두 번째 진실: 인공감미료의 예상치 못한 반응
인슐린 반응의 역설
아스파탐은 혈당 수치와는 아예 무관하다. 혀에서만 단맛을 느낄 뿐이지 성분 자체가 당분이 아니기 때문에 신체에서 혈당을 조절하는 인슐린이 분비될 이유가 없다.
이론적으로는 맞습니다. 하지만 최근 연구들은 더 복잡한 그림을 보여줍니다. 실제로 인공감미료는 혈당을 올리지 않는데도 비만이나 대사증후군을 많이 유발하는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수크랄로스는 혈중 포도당을 올리지만 그 아래 인슐린을 더 올립니다.
장내 미생물의 역할
아스파탐이나 사카린, 스테비아, 수크랄로스와 같은 비영양 감미료(NNS)의 경우 탄수화물을 포함하지 않으므로 혈당 반응을 유발하지 않는다는 것이 기존의 정설이었다. 때문에, NNS는 단맛을 내면서 혈당을 높이지 않는다고 여겨졌습니다.
하지만 최근 연구에서는 인공감미료가 장내 미생물 구성을 변화시켜 간접적으로 혈당 반응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사실이 밝혀지고 있습니다.
세 번째 진실: 심혈관계 위험의 그림자
새로운 연구 결과들
아스파탈 섭취군은 대조군에 비해 인슐린 수치가 급증하고 동맥에 지방 플라크가 축적되는 현상이 관찰됐다. 이는 2025년 2월 발표된 최신 연구 결과로, 인공감미료가 단순히 혈당에만 영향을 주는 것이 아님을 시사합니다.
개별 감미료의 차이
2019년 미국의 대규모 연구에 따르면 같은 인공감미료라도 사카린> 아스파탐> 수크랄로스 순으로 체중을 증가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즉, 모든 인공감미료가 똑같은 것은 아닙니다.
현명한 선택을 위한 가이드
1. 라벨 읽기의 중요성
무설탕 제품을 선택할 때는 반드시 원료명을 확인하세요. 말티톨, 소비톨 등이 들어있다면 혈당에 어느 정도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2. 적당한 섭취가 핵심
대체당은 혈당과 비만 걱정을 덜 수 있지만 과도하게 먹으면 부작용 위험이 있다. 무설탕이라고 해서 무제한 섭취해도 된다는 뜻은 아닙니다.
3. 개인차 고려
당뇨병 환자나 혈당 관리가 필요한 사람은 무설탕 제품을 섭취한 후 혈당 변화를 모니터링해보는 것이 좋습니다.
4. 전문가와 상담
특히 당뇨병 환자라면 의료진과 상담하여 개인에게 맞는 선택을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결론: 달콤한 착각에서 벗어나기
언제부터인가 설탕은 백해무익한 '공공의 적'이 됐다. 칼로리가 높아 다이어트에 방해되고 당뇨의 주범인데다 아이들에게는 충치를 유발해 남녀노소 불문하고 가급적 먹지 않는 것이 좋다는 의식이 꽤나 높다.
설탕을 피하려는 노력은 분명 바람직합니다. 하지만 무설탕 제품이 완벽한 대안은 아닙니다.
기억해야 할 핵심 포인트들:
- 완전한 제로는 없다: 많은 무설탕 제품이 여전히 혈당에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 개별 차이가 크다: 감미료 종류에 따라 체내 반응이 다릅니다.
- 장기적 영향을 고려해야 한다: 즉각적인 혈당 상승이 없더라도 장내 미생물이나 인슐린 저항성에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 적당함이 최선: 무설탕이라고 해서 무제한 섭취는 금물입니다.
진정한 건강한 선택은 가공된 단맛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고, 자연스러운 음식의 맛에 익숙해지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최신 메타분석 결과는 혈당 및 호르몬 변화와 무관했다는 연구 결과도 있지만, 여전히 논란이 지속되고 있는 만큼 신중한 접근이 필요합니다.
무설탕 음료를 선택할 때는 이러한 복잡한 현실을 이해하고, 자신의 건강 상태와 목표에 맞는 현명한 판단을 내리시길 바랍니다. 달콤한 착각에서 벗어나 진짜 건강한 선택을 해보는 것은 어떨까요?